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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 지난 80년 5월의 '님을 위한 행진곡'이 다시 울려 퍼졌다. 주말을 맞아 5·18민주묘지는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참배객들로 추모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이날 오전부터 내린 비로 묘지 전역의 땅이 젖어 있었지만, 백발의 어르신부터 앳된 꼬마까지 참배객들은 아랑곳 않고 추모탑 앞에서 묵념하고 헌화했다. 화창한 날씨의 오후가 되자 참배객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북새통을 이뤘다.



​5·18민주화운동 제45주년을 하루 앞두고 추모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 전국 각지에서 창공릴게임
찾아온 참배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오전부터 내린 비로 묘지 전역의 땅이 젖어 있었지만, 백발의 어르신부터 앳된 꼬마까지 참배객들은 아랑곳 않고 추모탑 앞에서 묵념하고 헌화했다. 화창한 날씨의 오후가 되자 참배객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인산인해를 이뤘다. 참배객들이 헌화, 분향하기 위해 추모탑 앞에 줄서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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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배객들로 '북새통'…백발 노인부터 앳된 꼬마까지 손마다 '국화꽃'
헌화를 마친 참배객들은 저마다 흩어져 열사들의 묘소로 향했다. 깃발을 앞세우며 단체로 찾은 참배객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5월 영령을 추모했다. 올해는 유독 10대 또래들이 무리지어 5·18 당시 신텐인텐
군부 세력의 만행을 되새기는 이른바 '계기학습'으로 참배를 해 눈길을 끌었다. 스케치북과 노트를 든 10대 학생들은 묘지를 돌며 5·18 희생자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참배객들은 시민군 대변인 고(故) 윤상원 열사를 비롯, 광주지역 최초 희생자 고 김경철씨와 헌혈 도중 계엄군의 흉탄에 숨진 고 박금희씨 등 묘소에 많이 오늘주식시세
몰렸다. 특히 올해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동호의 모티브인 문재학 열사의 묘에 오전부터 국화 수십 송이가 놓이고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김은숙(여·46·전북 전주시)씨는 문재학 열사의 묘비 앞에 한참을 머물렀다. 소설을 접하면서 문 열사의 묘를 꼭 한번 찾고 싶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소년이바다 이야기 다운
온다》를 읽고 김길자 어머니께 인사도 드리고 싶어서 아침 일찍 고속버스 타고 광주에 왔다고 한다. 
그는 "꼭 한번 문재학 열사 묘비도 참배하고 싶었는데 그동안 한번도 못오다가 오늘 처음 왔다"며 "5·18 당시에는 내가 초등학생이었고 언론 통제로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었는데, 12·3 비상계엄을 겪으면서 당시 고립된 광주에 대한 이해도 많이 됐다. 얼마나 외롭고 무서웠을까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올해는 유독 10대들이 무리지어 5·18 당시 신군부 세력을 만행을 되새기는 이른바 '계기학습'으로 참배해 눈길을 끌었다. 손에 스케치북과 노트를 든 10대 학생들은 묘지를 돌며 각 5·18 희생자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시사저널 정성환


"12·3 비상계엄 통해 고립된 광주 이해"
다른 참배객 이미숙(여·54·경기도 수원시)씨도 "꼭 참배하고 싶었는데 휴일을 맞아서 광주에 내려올 수 있어 다행이다"며 "실제로 와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서 진심을 다해 역사를 기억하려는 게 느껴졌다"고 했다.
외국인 참배객들도 줄을 이었다. 일본 한 여행사의 5·18 역사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일본인 참배객 20여명은 묘역 곳곳을 둘러보며 희생자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이들은 해설사를 향해 열사들의 행적을 물으며 참배를 이어나갔다. 일본에서 온 참배객 하사다 키요시(65)씨는 "예전 5·18 당시 광주의 모습을 영상으로 접했을 때 충격을 받았다"면서 "언젠가는 꼭 광주에 오고 싶었다. 이렇게 오늘 오게 됐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발길도 잇따랐다. 청주시에 거주하는 박혜민(28)씨는 "이번이 네 번째 방문인데, 올 때마다 감정이 조금씩 달라진다"며 "최근 비상계엄을 시도한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난 직후라서 더 생각이 많아졌다"고 심경을 말했다.
묘지를 찾은 유가족들도 45년이 지나도록 지금도 아픔이 남아있다고 한탄했다. 5·18민주묘지에 묻힌 유복용씨의 아내 최중순(여·80)씨는 이날 며느리인 신지원(여·37)씨와 손녀 유세령(10)양, 손자 유범석(7)군과 함께 묘지를 찾았다.
최씨는 "옛날 생각만 하면 이렇게 마음이 꽉 막힌것 같다. 당시 37살밖에 안 됐던 나이에 남편을 그렇게 떠나보냈다"며 "5월이 올 때마다 그때가 생각난다.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들의 마음은 항상 똑같다"고 한숨 쉬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왼쪽 사진)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오른쪽 사진)가 17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김동수 열사 묘역과 무명열사 묘역을 각각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등 유력 정치인 발길도…김문수, 첫 광주방문 일정으로 5·18 참배
유력 정치인들의 참배도 이어졌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제 21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 운동 이후 첫 광주 방문 일정으로 국립5·18민주묘지를 선택했지만, 참배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입을 닫았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9시 34분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당 선대위 관계자들과 함께 5·18민주묘지에 도착했다. 김 후보는 묘역 입구에 마련된 방문록 앞에 서서 잠깐 고민하는 듯하더니 '오월 광주 피로 쓴 민주주의'라고 썼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방명록에 쓴 글귀 ⓒ시사저널 정성환





국민의힘 김문수 대통령 후보가 방명록에 작성한 글귀 ⓒ시사저널 정성환


이후 김 후보는 김범태 묘지관리소장의 안내를 받아 묘역을 참배했다. 오월영령들에 대한 추모를 마친 김 후보는 박관현, 윤상원 열사와 무명열사 묘역을 찾았다. 그는 묘역을 내려와 추모관을 잠시 들러본 뒤 취재진에게 백브리핑 없이 곧바로 차에 올라 발길을 돌렸다.
이날 김 후보의 방문에 진보 성향 대학생 단체는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세력은 물러나라"며 "지금 당장 사퇴하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후 1시 40분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묘지를 찾아 헌화분향했다. 시종일관 엄숙한 표정의 이 후보는 방명록에 '함께사는 세상, 5월 광주정신으로 빛의 혁명을 완수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후보가 민주의 문 앞에 내리자 진보 성향 대학생 단체 회원들은 "내란 잔재 세력을 척결해 달라"고 소리쳤고 이 후보는 이들을 향해 옅은 미소로 응대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국회의원의 모습도 보였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전날(16일) 광주를 찾아 참배하고 5·18 당시 계엄군 등에 성폭력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을 만났다. 우 의장은 이날 광주시 서구 마륵동의 한 식당에서 5·18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피해 증언자 모임 '열매' 회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 '열매'는 현안 과제로 지난해 11월 발의된 '5·18보상법' 개정안과 동법 시행령 통과를 촉구했다.



17일 오전 진보 성향 대학생 단체 회원들이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의 5·18 묘역 참배와 관련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내란 세력 후예의 광주 방문을 반대한다"며 "지금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한국 대학생진보연합 제공


기념행사의 '꽃' 전야제…금남로서 1박 2일 행사 돌입
5·18 기념행사의 '꽃'인 전야제는 이날 오후 5시부터 동구 금남로 일대와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다. 올해 전야제는 기존 오후 10시께 끝나던 기념행사를 1박2일로 확장해 이튿날 밤 9시까지 행사가 이어진다. 
5·18 행사 당일인 18일 오전 10시에는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5·18 민주화운동 45주년 정부 기념식이 거행된다. 올해 기념식 주제는 '함께, 오월을 쓰다'로, 1980년 5월 광주의 민주주의를 현재의 우리가 함께 기억하고 기록하면서 5·18의 역사적 의미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함께 공유하고 계승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기념식에서는 미래 세대가 나서서 5·18의 역사적 의미와 미래 다짐을 담은 경과보고를 한다. 이어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책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동호의 모티브 문재학 열사와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 등의 이야기가 담긴 영상을 상영한다. 가수 이정권과 로이킴도 무대에 올라 '봄이 와도'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기념 영상 '내일을 쓰다'에서는 518번 버스를 타고 노선을 따라가며 시민들이 바라보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인식과 의미를 공유하고, 광주시립합창단과 나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대합창곡 '함께 걷는 길'을 부를 계획이다. 이후 기념식 참석자가 함께 손을 맞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기념식은 막을 내린다. 
기념식 이후로도 오후 3시, 무등경기장~옛 전남도청까지 '택시 행렬'을 재현하는 등 광주 시내 곳곳에서 각종 행사가 이어진다. 5·18 최후 항쟁일인 27일에는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5·18민주화운동 공로자회가 주관하는 '부활제'가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