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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찾아온 실패가 고마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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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와일드솔루션 댓글 0건 조회 7회 작성일 24-08-2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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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사다난’ 했던 한 달이었습니다. 6월 29일. 스톡홀름으로 떠나는 마음은 무척 가벼웠습니다. 나흘 전, 정선 대회에서 2m33, 시즌 최고 기록으로 ‘월드 리더’ 자리도 되찾은 만큼 한국 기록(2m36)에 다시 도전해보겠다는 자신감이 가득했죠.

대회 공식 기자회견에 초대됐고, 사회자는 스웨덴의 높이뛰기 전설이자 저의 영웅, 스테판 홀름(아래 오른쪽 사진) 이었습니다. 홀름은 어린 시절, 제게 용기를 준 선수입니다. 다들 “넌 키가 작아서 안 된다” 고 할 때, 홀름은 저보다 7cm나 작은 키(181cm)로 올림픽 금메달을 땄으니까요. 지난해 실내세계선수권에서 처음 메이저대회 정상에 섰을 때, 제 목에 금메달을 걸어준 사람이 바로 홀름이었죠.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었습니다. 홀름은 기자회견을 마친 저에게 우리말로 “감사합니다” 라며 선전을 기원해줬습니다. 모든 게 순조로웠습니다.

 

다이아몬드리그 공식 기자회견엔 이렇게 파이널 우승자에게 주는 트로피가 함께 합니다. 한 번 들어봤는데 엄청 무겁더군요. 꼭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번 기자회견은 저의 우상, 홀름(오른쪽 사진)과 함께해서 더 뜻깊었습니다.

드디어 경기일. 스톡홀름엔 비가 왔고, 기온은 섭씨 12도 정도였지만 체감 온도는 훨씬 낮았습니다. 보통 이런 날엔 미끄러운 트랙, 비에 젖은 유니폼, 흐린 시야 때문에 대부분 선수들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더 자신 있었습니다. 저는 비오는 날, 잘 뛴 추억이 더 많았거든요. 기록은 좀 떨어지더라도, 어차피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에 진출하기 위해선 순위가 중요하니까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마음이 자신감 이 아니라 자만심 이었던 모양입니다. 궂은 날씨에 잔뜩 움츠러든 선수들이 첫 바를 낮춘 데 반해 저는 2m8, 2m12를 모두 패스하고 2m16에서 첫 점프에 나섰습니다. 1차시기, 2차시기 잇따라 바가 걸렸지만 그때도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제 기준에선 ‘낮은 높이’였고, 평소와 똑같이 뛰면 된다는 생각뿐이었죠. 하지만 3차 시기에도 바를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허탈했습니다. 첫 바에서 3차례 시도를 모두 실패한 건 처음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출전에 필요한 점수를 단 1점도 추가하지 못했습니다.

 

2m16, 제 기록에 한 참 미치지 못하는 높이였지만 스톡홀름에서 저는 3차례 모두 실패했고, 단 한 점의 포인트도 얻지 못했습니다.

# 갑자기 찾아온 대상포진..실패가 준 교훈

경기를 마친 직후였습니다. 귀에 물집이 생겼더라고요. 출국할 무렵부터 코에 물집이 계속 생기기에 그냥 뾰루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대상포진이었습니다. 경기 당일 몸이 좀 무거운 느낌이었는데, 날씨 때문만은 아니었던 거죠. 하지만 핑계대고 싶진 않습니다. 오히려 배운 게 더 많습니다. 비 오는 날엔 몸을 풀 때 좀 더 강도 높게, 오랜 시간 웜업(warm-up)해야한다는 걸 분명히 알았고, 자신감을 갖되 자만심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뾰루지인줄 알았는데, 대상포진이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지금은 멀쩡합니다 ^^

그래서 저는 이번 실패가 고맙습니다. 다가올 세계선수권이나 아시안게임, 그리고 내년 파리 올림픽 때도 비는 올 수 있고,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찾아올 수도 있을 겁니다. 스톡홀름에서 ‘실패한 경험’이 없었다면, 저는 그대로 자만심을 갖고 경기에 임했을 수 있고, 중요한 메달을 놓칠 수도 있었을 테니까요.

아시아선수권이 열리는 태국 방콕에 도착하자마자 병원부터 찾았고, 대상포진 증세는 빠르게 호전됐습니다. 참 다행이었습니다. 늘 외롭게 출전했던 국제대회와 달리 이번 대회는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동료들이 있어 더 힘이 났습니다. 특히 한국 육상이 2019년 대회를 노메달로 마쳐서 메달을 따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았는데, 앞서 400m 계주(이시몬·고승환·신민규·박원진)와 세단뛰기(김장우)에서 메달이 나왔습니다. 이 모습을 현장에서 보면서 좋은 기운을 받았습니다.

 

아시아선수권에선 정말 금메달이 꼭 따고 싶었습니다. 제 자신을 위해서도, 또 한국 육상을 위해서도 말이죠.

이번엔 기록을 노리기보단 꼭 금메달을 따고 싶었습니다. 한국 육상을 위해서도, 또 제 자신을 위해서도요. 산뜻하게 출발했습니다. 2m28까지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었고, 일찌감치 금메달이 확정됐습니다. 이후 긴장감이 좀 떨어지며 2m33은 넘지 못했지만, 느낌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세계선수권 예선에서 결승 진출을 확정할 수 있는 높이인 2m28까지, 단 한 번도 실패가 없었던 게 좋았습니다. 아시아선수권 우승은 2017년에 이어 6년 만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시상대에서 애국가를 들을 수 있었던 건 무척 뜻깊었습니다.

# 이젠 부다페스트로..황선우 선수처럼 멋지게.

마침, 경쟁자들도 속속 정상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입니다. 세계선수권 디펜딩 챔피언, 카타르의 바심은 폴란드 실레지아에서 열린 다이아몬드리그에서 2m36을 넘어 올해 세계 최고 기록을 달성했고, 이탈리아의 탬베리도 같은 대회서 2m34를 뛰었습니다. 이어진 런던 대회서는 미국의 주본 해리슨이 2m35에 성공하며 바심을 꺾고 정상에 섰습니다. 다음 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육상 세계선수권은 정말 흥미진진한 각축전이 될 겁니다.

황선우 선수가 멋진 레이스를 펼친 후쿠오카 수영 세계선수권처럼 말이죠. 저 역시 자유형 200m 결승을 숨죽이며 봤습니다. 마지막 20m에서 1위부터 4위까지 순위가 초 단위로 바뀌는 명승부. 그야말로 손가락 마디 하나로 메달 색이 갈린 셈인데, 한국 수영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에서 2회 연속 시상대 에 오른 황선우 선수가 정말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바로 소셜미디어로 축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젠 제가 보여줄 차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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